기존 블로그에서 이전해온 글입니다.
지난 회고: retrospect-2022-1
들어가기 전에
어느덧 연말이 다가왔다. 상반기 회고를 쓴 게 엊그제 같은데 다시금 회고를 써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연말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2022년 하반기 회고를 작성하기 전에, 지난 9월에 작성했던 상반기 회고를 다시 읽어봤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해왔었는지, 하반기에 새운 목표들은 잘 이루었는지 확인해봤다. 다 읽고 가장 먼저 생각이 든 건, 내 사고의 기록은 더 구체적으로, 목표는 더더욱 구체적으로 적어야겠다는 것이었다. 나름 한 학기 동안 내가 느꼈던 것들을 자세히 적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 순간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기엔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이번 회고는 보다 더 다양한 내 기억들을 저장하고자 한다.
학교 수업
이번 학기엔 전공 수업이 5개였다. 컴퓨터구조, 컴퓨터통신, 객체지향프로그래밍, 오토마타와 형식언어, 데이터베이스설계, 이렇게 총 5개를 들었다. 생각보다 전공 수업을 5개나 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의 자체를 오프라인으로 오랜시간동안 듣는 게 너무도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학기 초에는 몸이 적응하기 힘들었었다. 그럼에도 난 시간을 쪼개면 내 개인 개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학교 수업을 너무 재밌있게 들어서 그런지 그 둘을 병행하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었다.
특히 컴퓨터구조와 컴퓨터통신 과목을 배우면서 검은색화면 뒤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얕게나마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컴퓨터구조를 공부하면서 수업 자료 이외에도 원서도 많이 읽었는데, 학교 강의에서는 다뤄주지 않는 내용들도 궁금해하고 찾아보면서 잠시나마 대학원에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도 저런 책을 쓸 만큼의 연구를 해보고 싶기도 했고,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이런 문제를 다르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혹은 더 효율적인 뱡향으로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건방진 생각을 하기도 했다.
ZeroPage
ZeroPage의 모든 굵지막한 행사들이 끝이 났다. 엔젤스캠프, 지금그때를 진행했고, 1월 초에 다같이 기년회를 할 예정이다. 그때가서도 말할 예정이지만, 나에게 ZeroPage는 가장 자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그들을 보며 순수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내가 학교 생활에서 가장 아끼던 부분이었다.
기년회를 끝으로 공식적인 회장단 활동이 끝이 난다. 한 동아리의 회장단은 참 해야할 일이 많다는 걸 깨달은 한 해였지만, 그럼에도 너무 재미있었던 1년이었다. 사람 만나는 재미를 알게 되고 내 생각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던 자리였다.
1년 사이에 동아리에 대한 애정이 많이 커졌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게 많았던 곳이어서 그런지, 회장단이 끝난다는 게 왠지 모르게 시원섭섭한 느낌이다. 동아리 사람들에게 올해의 ZeroPage가 어떻게 기억될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이 동아리로 하여금 나처럼 배우고 느낀 점이 많으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32대 회장단을 같이 이끌어온 친구들에게도 너무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다.
2023년
적은 건 몇 개 없지만 모니터 앞에서는 몇 시간을 넘게 그동안의 시간들을 쭉 되새겨보았다. 올해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노는 것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느껴질만큼 바쁘게, 재밌게 보낸 것 같다. 내년엔, 잠시 하던 걸 멈춰두고 2023년 1월 9일에 입대를 하기로 했다. 사실 공부도 더 하고 싶고, 학교 생활도 더 하고 싶고, 더 자극받고 성장하고 싶은데 갑작스럽게 가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더 늦어질 수도 없고 오히려 하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아서 하루 빨리 가기로 결정을 하기도 했다. 전역 후에 하고 싶은 게 너무도 많기에, 좀 더 빨리 입대하고 좀 더 빨리 전역할 생각이다.
군대에서의 계획은 아직 잘 모르겠다. 원래는 토플도 공부하고 알고리즘도 공부하겠다는 목표를 적으려고 했지만, 가봐야 생각이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20살이 돼도 학교 수업과 별개로 열심히 자기 계발하고 공부했었다. 한 번쯤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떠올랐다. 대신, 나한테 2023년은 어느때보다 느리게 가겠지만 그래도 인생에 있어서 의미없는 1년으로 만들지 말자는 게 내 작은 목표이다.
2022년의 나
나는 학교 수업 이외에도 이런 저런 활동 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만나서 배우고 같이 공부하는 과정을 좋아하며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시너지와 에너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부족한 점도 있었다.
어느 순간 팀플 과제를 하는 내 모습이 내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적에 대한 욕심 때문에 기분이 내 태도가 되어버린 순간들이 몇몇 있었다.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아쉬운 순간은, 팀원들이 나만큼 이 과제에 진심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다.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의 기본원칙을 설명하면서 마지막으로 "상대방에게 열렬한 욕망을 불러일으켜라."라고 한다. 수도 없이 읽은 구절인데 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직은 부족한 나에게 실망한 순간이었다.
반대로 올해의 내가 잘한 점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해외프로그램을 다녀온 이후로 나한테 보다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관심과 욕심은 내가 성장할 수 있게하는 내 동력원인데 항상 그 관심의 영역에는 내가 없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잘하고 못하는 게 무엇인지, 내 관심사와 시선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있었고 이외에도 감정적으로, 또 그 밖으로도 느낀 게 너무 많은 올해였다.
마무리하며
회고를 하면서 올해는 돌아봤는데 알차게, 또 후회없이 보낸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나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한 해였고, 동기부여가 많이 됐던 한 해였다. 다음 회고는 아마 24년 하반기 회고가 될 것 같은데 얼른 그 회고를 쓰는 날이 다가왔으면 좋겠다